美 석유업계 자산 매각 '제동' 유가 폭락 이어 이중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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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석유업계의 자산 매각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연초 주요 업체들은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축소하는 한편 재무건전성을 개선시킬 계획이었지만 지난달 하순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벌어지는 등 국제 유가의 폭락에 제동이 걸린 것.
이 때문에 줄도산 위기를 맞은 석유업계의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리는 한편 연이은 배당 중단에 주주들도 충격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 폭락에 엑손 모빌과 옥시덴탈 정유 등 석유업계의 자산 구조조정이 줄줄이 좌절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사태에 이어 앞으로 유가 향방을 가늠하기 힘들게 되자 투자자들이 일제히 딜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얘기다.
업체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원유 수요 쇼크에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데다 자산 매각까지 불발되면서 돈줄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극심한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석유업계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한층 높아졌지만 현실적인 시장 여건이 이를 가로막는 상황이다.
엑손 모빌은 2025년까지 자산 매각을 통해 250억달러의 자금을 확보하기로 했고, 이를 위해 연초 금융 및 법률 자문사를 채용했지만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회사 측은 자산 인수 의향자를 찾기 힘든 실정이라며 매각 추진을 중단한 배경을 설명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와 이에 따른 유가 하락 압박이 지속될 경우 앞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옥시덴탈 역시 88억달러 규모의 아프리카 자산을 프랑스 경쟁사 토탈에 매각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딜이 난관에 부딪혔다.
유가 폭락에 따라 자산 인수 대금을 지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협상에 제동이 걸린 것.
토탈의 50억달러 규모 자산 매각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했고, 이 때문에 옥시덴탈의 자산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 확보가 막힌 셈이다.
지난해 7월 유전 탐사 및 석유제품 생산 업체인 페트로가스 NEO UK가 토탈의 북해 유전을 6억3500만달러에 매입하는 데 동의했지만 자금 확보가 막히면서 딜의 최종 타결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영국 에너지 대기업 BP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내년 중반까지 15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시장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BP는 힐콥 에너지와 알라스카 사업 부문을 56억달러에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최근 유가 폭락을 빌미로 힐콥이 조건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밖에 자산 매각 역시 줄줄이 난항에 부딪히고 있어 전반적인 구조조정 계획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RBC 캐피탈 마켓의 비라지 보카타리아 에너지 리서치 부문 헤드는 WSJ과 인터뷰에서 "원유시장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며 "이 때문에 잠재적인 투자자들이 자산 인수 계획을 철회하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 인도분은 3.1% 상승하며 배럴당 20.39달러에 거래됐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이 경제 활동 재개에 나서면서 투자 심리가 일정 부분 개선됐지만 경기 침체가 불가피한 만큼 수요 공백에 따른 유가 하락 압박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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