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00달러 시대 온다" vs "저유가 장기화될 것"
컨텐츠 정보
- 1,569 조회
- 1 댓글
- 5 추천
- 목록
본문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은 이후 겨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 유가가 장기적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전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동 지역의 정치적 불안감을 이유로 고유가 전망이 나온 바 있으나,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달라진 상태의 전망이라 눈길을 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수 전문가들의 언급을 인용해 유가 100달러선 회복의 가능성에 대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악화일로에 들어섰던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 북미 등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및 중국 경제의 개선에 힘입어 빠른 회복세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2차 유행으로 미국 남부·서부 지역의 연료 수요가 타격을 입으면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코로나19 재확산이 본격화한 6월 말부터 배럴당 40달러 근처에서 횡보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코로나19발 경기 침체에 따라 유전 발굴·유지 등을 위해 필요한 자금 투자가 줄어들면서 원유 공급이 감소, 이는 곧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코로나19가 유가 소비를 낮추겠지만, 공급을 위한 장비 및 기간 인프라에 대한 투자로 약화시켜 궁극적으로 원유 공급이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국 헤지펀드사 노던트레이스캐피털의 트레버 우즈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석유·가스 업체들의) 자금 조달 압박이 엄청날 것이며, 일부 업체들은 원유 생산이 매우 어려워질 정도로 심각한 자금난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공급이 줄어든 유가는) 오는 2025년까지 150달러는 쉽게 찍을 것"이라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주 공개된 2분기 실적에서 엄청난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난 미국의 대형 석유 기업 엑슨모빌은 올해 자금 지출을 30%, 약 100억달러 줄일 계획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5월 전 세계 석유·가스 자산 투자가 올해 32% 급감해 3284억달러 규모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최소 10년 동안은 가장 큰 폭의 하락세로 기록될 것이라는 전언이다.
미국 투자은행(IB) JP모건의 애널리스트인 크리스티안 말렉 연구원은 "석유 업체들의 긴축 경영은 전 세계 원유 생산 능력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앞으로 원유 공급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의 약 5%에 해당하는 하루 500만 배럴 가량이 줄어들고, 늘어나는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원유 생산에 6250억 달러가 추가 투입돼야 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말렉 연구원에 따르면, 유가는 과거 새로운 석유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로 상승했던 바보다 더 치솟을 전망이다. 투자자들이 에너지 업체들에 고품질 원유 시추와 메탄가스 배출 감소, 생산 비용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헤지펀드사 마틸다캐피털매니지먼트의 리처드 풀라턴 CIO는 유가가 2020년 하반기에 배럴당 100달러선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다소 급진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풀라턴 CIO는 "석유가 바닥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원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자본을 배치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러한 예측은 선물 시장과 상충되는 것이기도 하다. 시장에서는 브렌트유 가격이 앞으로 10년 동안 배럴당 60달러 미만에 머물 것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트레버 우즈 노던트레이스캐피털 CIO는 "시장은 세계의 '탈(脫) 화석 연료' 속도를 과대평가하고 있다"면서 "브렌트유 가격은 치솟아 2008년 정점을 찍으며 기록했던 148달러를 능가할 것이며, 이는 미국의 셰일가스 등 에너지 업체들이 원유 생산에 박차를 가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즈 CIO는 이어 "비즈니스 리더들이 태양광과 풍력 같은 그린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끌고 있지만, 유럽연합(EU) 외에는 그린에너지 관련 정책 수립·이행 등이 극히 느리다"며 "화석 연료 사용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의 주요 석유 회사들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라는 투자자들의 압력에도 시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석유 업체 BP PLC는 투자 비용을 기존의 75% 수준인 120억달러로 삭감하고, 시추 중인 유전과 가스전의 개발도 재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유가 100달러 시대의 도래를 다소 현실성 떨어지는 이야기로 보는 시각들도 있다. 당장의 위협인 코로나19가 사라져도 앞으로 다른 전염병이 연료 수요를 약화시킬 것이며, 산유국들의 패권 다툼이 다시 증산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앞으로도 저유가 시대가 지속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종합 금융 서비스 회사 시티그룹의 애널리스트인 에드워드 모스 연구원은 배럴당 50달러로만 유가가 형성돼도 석유 생산 업체들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의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항공 수요는 감소하는 등 원유 소비 억제 상황이 이어졌지만, 이 기간 기술 발전을 통해 원유 생산 비용이 절감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IB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인 마티진 래츠 연구원은 OPEC이 시장에 행사하는 영향력 역시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원유 수요의 절정이 가시화되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저비용 산유국들은 파이프라인의 꼭지를 틀고 협박할 것"이라며 "이들이 원하는 건 유가 인상보다 시장 점유율 확대"라고 설명했다.
래츠 연구원은 "지난 3월과 4월 OPEC과 러시아가 석유 패권을 둘러싸고 증산 경쟁을 벌였던 당시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며 "유가는 60달러 선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언급, 이어 "그들(OPEC과 러시아)은 목적을 달성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사우디는 코로나19로 인해 국제 유가가 하락할 것을 직감, 러시아에 감산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감산을 통한 국제 유가 상승이 오히려 미국의 셰일가스 업계에만 도움이 된다고 봤으며, 결국 사우디의 감산 제안을 거부했다.
러시아가 감산 제안을 거부하자 사우디는 오히려 공격적인 증산에 돌입했다. 당장의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국제 유가의 판을 흔드는 것이 '사우디'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는 공급 중심의 시장 조율에 익숙한 OPEC의 방식이며, 결과적으로 오랫동안 지속되지 못했다. 결국 사우디와 러시아가 다시 감산에 돌입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각 산유국들이 당장의 유가 흐름보다는 시장의 패권에 더욱 관심이 많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 연장선에서 래츠 연구원은 산유국들의 패권경쟁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정상적인 수요 및 공급의 가격 책정이 어렵고, 저유가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다만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불확실성이 원유 수요의 핵심 변수가 되면서, 복잡한 계산으로 움직이는 원유 시장의 향방은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석유 수송 및 소비 패턴이 영구적으로 바뀐 것인지, 또 청정 에너지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는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한편, 업계에서 향후 유가를 두고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결국은 확실하지 않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도 연출된다. 저유가 및 고유가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으나 각각의 주장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며, 포스트 코로나의 시대가 어떤 방식으로 펼쳐질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관련자료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