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식량 인플레' 대량 실직 이어 민생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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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과 밀가루부터 달걀까지 전세계 곳곳에 식품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아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에 소비자들의 사재기와 상당수 국가의 수출 봉쇄가 맞물리면서 식량 인플레이션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가뜩이나 대규모 실직과 소득 감소로 인해 고통 받는 소비자들이 필수 식품 가격 상승에 더욱 허리가 휠 전망이다.
8일(현지시각) 태국쌀수출협회에 따르면 국제 벤치마크인 5% 도정 백미 가격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 사이 12% 폭등했다.
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이는 2013년 4월 말 이후 최대 폭의 쌀값 상승이다. 코로나19 확산에 아시아를 중심으로 쌀 사재기 기승을 부리는 한편 수출국들이 공급을 축소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인도 쌀 수출업자들은 지난달부터 신규 계약 체결을 전면 중단했다. 국내 소비 증가가 예상되는 데다 인력 부족과 물류 네트워크의 교란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정부가 쌀 수출을 금지하고 나섰다. 중국과 유럽, 북미 지역도 인력 부족으로 인해 쌀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밀 가격도 동반 급등했다.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벤치마크 밀 선물이 3월15일부터 말일까지 15%에 달하는 상승 기염을 토했다.
특히 파스타 생산에 주원료로 쓰이는 캐나다산 듀럼밀 가격이 2017년 8월 이후 최고치에 거래되고 있다.
쌀과 밀 가격 상승은 이를 주식으로 하는 지역의 기본적인 식비를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가공 식품의 가격 인상을 부추길 전망이다.
피치 솔루션스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필수 식량의 공급이 크게 위축됐다"며 "연말까지 식품 가격이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NBC는 공산품과 달리 생산 유연성이 떨어지는 농산물의 특성상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인해 농사 시기를 놓칠 경우 연말까지 공급이 마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에서는 달걀 도매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뛰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12개짜리 달걀 한 팩이 최근 3.09달러에 거래, 지난 한 달 사이 3배 급등했다.
이동 제한과 심리적 공포 속에 비상 식량을 챙겨 두려는 소비자들이 패닉 사재기에 나선 결과다. 대형 슈퍼마켓은 1인당 2팩으로 달걀 구매를 제한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가격 급등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시장조사 업체 닐슨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달걀 도매 주문이 미국 전지역에 걸쳐 최대6배 폭증했다.
미국인들의 아침 식사 주메뉴에 해당하는 달걀값 상승은 식비 부담을 높이는 한편 빵과 과자류 등 이를 원료로 하는 가공 식품으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쇠고기를 필두로 육류 가격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돈육과 닭고기 등 저장성이 높아 소비자들 사이에 사재기 타깃에 해당하는 육류와 냉동 해산물 가격도 들썩거리고 있다.
앞서 영국 현지 언론 익스프레스는 수급 교란과 가격 급등으로 인해 앞으로 수 개월 사이 식량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의 라미 주라이크 교수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가계 소득이 줄어드는가운데 식품 가격이 일제히 급등하면서 전반적인 영양 섭취가 악화될 여지가 높다"고 우려했다.
알제리와 터키, 튀니지 등 일부 국가는 밀을 포함한 필수 식량의 수입을 대폭 늘렸고, 이집트와 사우디 아라비아는 곡물 재고 물량을 확대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응이 식량 가격을 코로나19 이전 상황과 같이 안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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