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폭락 신종 코로나보다 월가 헤지가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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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산이 중국을 필두로 주요국 실물경기를 강타, 국제 유가가 폭락한 가운데 월가의 헤지가 약세 흐름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파생상품을 이용한 월가 트레이더들의 손실 헤지 물량이 쏟아지면서 펀더멘털 측면의 하락 요인과 맞물려 유가를 더욱 큰 폭으로 끌어내리고 있다는 것.
이와 별도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올해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 당분간 국제 유가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12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국제 벤치마크 브렌트유가 런던에서 장중 3% 가까이 오르며 배럴당 55.60달러에 거래됐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2.3% 상승하며 배럴당 51.1달러를 나타냈다.
바이러스 확산이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에 유가가 강하게 반등했지만 연초 이후 낙폭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WTI가 연중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이른바 베어마켓에 거래되는 실정이다. 유가가 2016년 초 이후 최단기간에 베어마켓으로 후퇴한 셈이다.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을 시작으로 전세계 약 30개 국가로 번지면서 중국 항공편 운항이 속속 취소된 한편 자동차를 필두로 제조업계 셍산라인 가동이 마비되면서 유가 수요 전망이 한풀 꺾인 결과다.
펀더멘털 측면의 요인과 함께 월가 트레이더와 석유 업계의 손실 헤지가 유가 충격을 크게 부풀리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석유 업체들은 원유 생산 목표치를 미리 정한 뒤 금융권의 파생상품을 이용해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 리스크를 헤지한다.
유가가 파생상품의 행사 가격에 근접하면 석유 업계의 거래 상대방인 금융회사 역시 손실을 차단하기 위한 대응에 나선다.
이들 금융권 역시 파생상품을 이용해 보호막을 세운다. 이 같은 헤지 거래가 유가 등락을 더욱 크게 부추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국제 유가 상승 포지션의 급감 역시 유가 하락에 무게를 실어주는 요인이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1월7일 기준 한 주 사이 약 29만건에 달했던 유가 상승 베팅이 지난 4일 기준 한 주 사이 13만1406건으로 줄었다.
월가의 에너지 부문 이코노미스트 필립 벌러거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유가 하락을 겨냥한 금융 파생상품 거래가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에 따른 것보다 낙폭을 더욱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보고서를 내고 전세계 6개월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지구촌 원유 수요 증가가 하루 99만배럴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앞서 제시한 예상치에 비해 23만배럴 낮춘 수치다. 이와 함께 OPEC은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 역시 3.0%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에서만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섰고, 감염자 역시 4만명을 웃돌았다. 우한을 포함한 주요 도시의 폐쇄와 제조업계 생산라인 가동 중단이 원유 수요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이 전세계 1위 원유 소비국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번 바이러스에 따른 타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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